발품

내성천이 흐르는 마을의 모과나무.

꼼방울 2025. 7. 29. 21:58

해마다  심해지는 여름더위.
올해 여름 날씨는  미쳤다.
폭염, 폭우  다시  폭염.
배롱나무꽃  보러 가야
하는데  엄두가 안 난다.

열기에  얼굴이 빨갛게 달아오르고  숨쉬기도  힘든   더위도
아랑곳하지 않고 헐떡이며  몇 해를 배롱나무꽃 보러 다녔던 때도 있었는데..
배롱나무꽃에  빠져서..

왜 배롱나무꽃은  하필이면  제일
더울 때  피는지..

산행 중에 넘어져  다친 몸이
회복이 더디다.  두 달이 넘었는데..

"다쳤다고 산에 안 가면 산꾼이 아닌데..."

산을 좋아하는  같은 고향인이 하는 한마디.

"난 산꾼이 아녀~  
꼭  보고 싶은  늙은 나무가
거기 있어서 어쩔 수 없어 산에 가지.."

그래서 산에 가지만  산에 첫발 올리고  열 걸음도  옮기기 전에 험한 말이 내입 안에서 돌아다니는 걸..

초복과 중복사이에 쉬는 날.
집에  있으려니 답답해서  
찾아 놓은 나무 보러 나섰다.

이날 날씨는
낮 최고 38°C
체감온도 40°C이상
습도 50~60% 라니..

미쳐버린  날씨가 이날도
아주 어느 정점을 찍고 있다.

지나가는  길에  이 모과나무가  생각나서 잠시 보고 가려고  이곳에 들려봤다.
꽤나 큰 마을인데   골목에  인기척이 전혀 없다.
마을 끝에서  모과나무  보러 가는  길도
어디 갔는지  없어지고..

길은 찾아봐도 안 보이고
재실뒤로 우거진 풀을 헤치고
조심스럽게 언덕으로 올라갔다.
또 넘어지기라도 하면
큰일이니..

간신히 언덕을 올라가서
밭자락 끝에 모과나무를 보니..
환삼덩굴이 두아름이 조금 안 되는 모과나무줄기를
환상적으로 감아 덮고 있다.
환장하겠다..

장갑이라도 있어야 환삼덩굴을 뜯어 낼 텐데..
차에 있는 장갑 챙기려  내려가면 나란 사람은 이 더위에 안 올라올 건 뻔하고..
그렇다고 환삼덩굴이
삼백 년이 훨씬 넘어  보이는 모과나무를 감싸고 있는 꼴은 못 보겠고..
주위를  살펴도 환삼덩굴  걷어낼 쓸만한 게 마땅치 않아
옆에 나뭇가지를 꺾어서  
그걸로 환삼덩굴을 감아서 뜯어내고, 후려쳐서 쳐내고..
맨 손으로 환삼덩굴 끊어진 줄기 잡아당겨서 몽땅 끄집어
내리고..
그 더위에 한 참을 하다 보니
굵은 모과나무줄기가
시원하게 드러난다..

모과나무 어르신
이제 시원하신가요.

차 있는 곳으로  내려오니 땀은 범벅이 되고
차 안은  완전 찜통.
카시트는 군불 지핀 구들장..
에어컨을 최고로 해놔도
소용없고
환삼덩굴에 쓸린 팔은 땀이
묻으니  더 쓰라리고...
그러면서도 나무나 쳐다보니
누굴 탓하리~~

내성천(乃城川).
내성천은 봉화의 오전리 선달산에서 발원하여 영주, 예천을 지나 문경의 달지리에서 낙동 강으로  합류하는 하천..
총길이가 110.69km로
삼백리가 조금 부족한 거리를
흐르는 낙동강의 지류.

내성천이 흐르는 곳에서 형성된  마을에서는  많은  역사적 인물들이 출현했고
그 인물 들을 탄생시킨 많은
명문집안들이 있는데
그중의 한 명문가가 있는 마을의 뒤편 밭자락에 있는 모과나무.

11월에 추적추적 내리는 비는
그치질 않는데  마을분 두 분이 따라오셔서 이런저런 얘기 말미에  모과나무
가  얼마나 값이 나가는지  묻는데
"나는 나무를 값으로 치는
사람은 아니라 값은
모르겠고  돌아다니다 보면
나무 팔아먹고  집안 망하고
병들어  폐인 된 얘기는 많이
들었다."는 답을 했다.

돌아오는 내내 행여나 모과나무가 팔려나가지나
않을지 염려된다..

저 아래 명문집안처럼
잘 생긴 명품 모과나무인데..
처음 이 모과나무를  보던
몇해전  초겨울 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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